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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참 덥던 여름~ 월드컵이 막 끝나고 열기가 채 가라앉기 전이었다. 당시 난 혼자 서울생활에 적응해갈 무렵이었고 이모집 신세를 지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자취를 시작하던 시절 이었다. 집에 오면 할일이 없어 보지도 않는 티비를 켜놓고 배경음악 처럼 틀어놓고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집안일을 했다. 그리고 예능프로는 볼지언정 그때까지는 드라마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놨던 티비에서 드라마 1화가 시작 되었다. 비오는날 그네에 왠 애랑 신구 아저씨.. 왠지 모를 몰입감에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1화 마지막까지 다보고 예고편 까지 보고 있는 나를 발견 하였다. 개인적으로 양동근은 별로 안좋아했지만 스토리의 흡입력이 엄청 났다. 그뒤로 본방사수로 중간 몇편을 제외하고는 다 본 드라마였다. 못본편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터넷 다운로드) 챙겨봤었고 마지막편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드라마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남자 주인공인 소매치기가 밴드 키보디스트와 운명적으로 만나서 사랑을 이루어 가는데 남자 주인공은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스토리였다.

이 드라마의 제일 포인트는 사랑이었다. 그냥 두사람 자체가 좋아서 빠져든 사랑이랄까? 요즘처럼 조건을 따져가면서 연봉이며 집 평수, 자동차 종류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제 1의 척도가 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다. 그 사람이 그냥 좋아서 내가 뭐든 다해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라는 메시지이다. 그 사람의 직업이 어떻든간에 재산이 얼마이던 간에 건강이 좋건 나쁘건 간에 진정 사랑한다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며 죽는날까지 행복하자고..) 하지만 두 주인공은 내 기억에는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서로에게 한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랑이란 말을 안해도 서로를 무한하게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사랑은 상대방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 무한한 나눔이다 라는걸 말로 하기 보다는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드라마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글로 밖에 표현이 안되었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지금은 여러 배우들이 극중 각자의 역할을 맡게 하여 그러한 메시지를 사실적으로 눈으로 보여주면서 표현한다. 그런 영화나 드라마들은 사람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미디어가 발달한 이후 인류의 진화 속도가 수십배로 빨라졌다고 한다. 그러한 미디어가 빠른 정보제공을 한것도 있지만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성을 건드려 좀 더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주인공은 양동근, 이나영 이다. 원래 배역은 차태현, 송혜교 였다고 한다. 하지만 두 배우가 다른 촬영 일정상 참가를 못하게 되었고 양동근 이나영이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양동근은 앞에도 언급했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였다. 그냥 코믹 배우? 정도 였고 사실 별로 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완벽하게 주인공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다정다감한 이미지의 차태현이었다면 그런 3류 인생을 실감나게 표현했을까? 극중 양동근(복수)은 못배우고 밑바닥 인생이지만 바르고 정직하고 스턴트 맨이라는 꿈이있는 캐릭터이다. (소매치기이니 바르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못배웠기 때문에 소매치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자기처럼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자기를 아껴주고 가족같이 돌봐주는 여자친구인 미래(공효진) 도 있다.

 

 

반면 이나영(전경)은 부잣집 딸이고 피아노를 전공하였지만 밴드가 꿈이라 밴드 키보디스트로 나온다. 그리고 모든걸 다가진 금수저 남친도 있다. 나름대로의 가족에 대한 트러블이 있지만 누가 봐도 귀하게 컸고 큰 어려움 없이 자랐다. 두 사람은 일반인들이 봤을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친을 둔 귀하게 자란 이쁜 여자가 소매치기 출신의 스턴트맨을 사랑한다? 거기다가 남자는 시한부 인생이다? 누가봐도 현실적이진 않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그딴 조건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건 사람이 좋아서 그사람을 위해 헌신적일수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어렵다. 누가봐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두사람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나온다. 정말 세상을 다줘도 바꿀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건을 맞춰 누굴 만나는거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이라는 것이다.

 

 

행복은 뭘까? 좋은차 타고 좋은집에 살면서 하고싶은거 하면 행복한걸까? 아니면 작은집에서 버스를 타고 다녀도 세상에 나만 믿고 내편을 들어줄 사람과 함께 하는게 행복한걸까? 물론 좋은집에 좋은 조건으로 살면서 세상에 내편이 되어줄 한사람이 있는게 제일 좋겠지만 첫 번째 조건은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사는게 뭘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이 오지 않을 때 드라마를 다시 한번 봤다. 드라마속에 양동근(복수) 보다 난 훨씬 많이 가지고 행복한 사람이었다. 난 직장도 있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그리고 복수처럼 아프지도 않다. 하지만 왜 난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걸까? 인생이 행복해 지는 방법은 딱 하나가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니까 내가 행복하면 그 드라마는 행복한 드라마가 되는것이고 내가 불행하면 슬픈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나한테 달린 것이다. 오늘부터 긍정적으로 살기위해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여 주인공인 이나영에 대해 써보겠다.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이나영 나오는 장면을 멈춰서 몇초씩 감상하다가 다시 재생시키곤 한다. 사랑스럽다. 정말 사랑스럽고 사랑에 빠진 얼굴이다. 연애를 하면 이뻐진다고 하는데 세상 누구보다 이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행복해 지는 것 같았다. 나처럼 느낀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드라마 종영후 이나영 양동근의 열애설이 살짝 나오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양동근과 이나영은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 평생 의지하면서 잘 살지만 내 기억속 드라마 속에서는 복수와 경이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헌신적인 사랑을 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혼자다 ㅜㅜ) 마지막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겠지만 진심으로 에피소드 2가 시작되기를 꿈꿔본다.

 

 

 

PS : 1.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에 경이가 살짝 웃는 모습... 복수가 수술이 잘된 거겠죠?

2. 드라마 캡쳐가 저작권 위반인가요? 18부 초반부에 이나영이 슬라이드 필름을 햇빛에 비춰 보면서 웃는 모습..행복함이 얼굴에 가득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ㅜ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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